멜라민과자에 석면파우더에, 내 아이 어떻게 키워야 하나
‘모든 어린이가 차별 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니고 겨레의 앞날을 이어나갈 새 사람으로 존중되며, 바르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함을 지표로 삼는다’는 뜻 깊은 의미 아래 1957년 5월 5일‘제35회 어린이 날’을 기하여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이 공포되었다.
어린이 헌장은 어린이의 권리와 복지, 바람직한 성장상(成長像)을 제시하여 사회 전체가 이를 지켜주고 키워가며, 또 어린이 스스로도 그렇게 힘쓰게 하기 위해 마련한 헌장이다.
그런 어린이 헌장 중 ‘어린이는 고른 영양을 섭취하고,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받으며,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 어린이는 해로운 사회 환경과 위험으로부터 먼저 보호되어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 과연 지금 이 시대 어린이들에게 이러한 어린이 헌장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멜라민 과자에 석면파우더 까지
지난 해 9월 멜라민파동에 온 나라가 들썩였다. 시중 유명회사 분유제품에서 또 유명제과회사 과자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었다. 무려 305개 제품이 판매금지 당하며 회수조치에 들어갔다. 이뿐인가. 학교급식사건에 어린이 성추행 및 살인유기사건까지 현대사회를 일컬어 아이들 수난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석면사태가 터졌다. 아기들 피부에 바르는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된 것이다. 그것도 대다수의 엄마들이 애용하는 유명회사 제품이다 보니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죽음의 섬유’로 불리는 석면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인간에게 발암성이 확실한 그룹 1’로 분류해 놓은 1급 발암위험물질이다. 석면의 무서운 점은 3~40년에 걸쳐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끼친다는 사실이다.
파우더 석면사태가 불거지자 식약청은 1일 부랴부랴 12개 시중 유통 제품을 판매.금지하는 한편 제품회수조치에 들어갔다. 그런데 더 어처구니없는 사실은 식약청이 지난 2004년 베이비파우더의 원료인 탈크의 위험성을 미리 알고도 그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식약청은 2004년 중앙대학교 김창종 교수팀에 의뢰한 연구에서 ‘탈크는 국제적으로 문제가 돼 안전성 재평가가 요구되는 화장품 원료’라는 결과가 담긴 보고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기능성 화장품의 안전성 평가 연구'보고서에서는 탈크를 포함한 6개 화장품 원료를 제시하면서 ‘국제적으로 안전성 재평가가 요구되므로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의 화장품 원료 재평가 결과를 입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식약청은 탈크의 위험성을 지적한 연구 결과물을 받고도 외면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이 보고서가 탈크 제조 과정에서 석면이 유입될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이번에 문제가 된 베이비파우더는 원료인 탈크를 만드는 과정에서 석면이 유입됐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어쨌거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또 한번 경악해야 했고 온전히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이 시대적 환경에 한숨만 쉬어야 할뿐이다.
한 자녀 더 갖자?
우리나라는 이미 2001년 출산율이 1.3명 이하인 ‘초저출산국‘에 진입했다. 2005년에는 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해 1.08명으로 집계됐다. 2006년과 2007년 일시적인 사회풍조에 따라 출산율이 약간 상승했지만 저출산 추세는 계속돼 2008년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권장 출산율인 2.1명에 크게 못 미치는 1.2명로 나타났다.
이러한 세계 최저 출산율에 각 지자체는 다양한 출산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구호가 요즘은 ‘한 자녀 더 갖자’라고 바뀌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출산율을 높이려 온갖 정책을 내 놓기 앞서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환경부터 먼저 만드는 게 순서지 싶다.
멜라민이 든 분유와 과자를 아이에게 먹여야 하고 석면이 든 파우더를 아이 몸에 발라주어야 하는 이 시대에 출산장려금을 아무리 많이 준다한들, 아무리 많은 보육료와 학비를 지원해준다 한들 누가 아이를 낳고 싶겠는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게 바로 자식이다. 어느 부모가 내 아이를 이런 환경에서 키우고 싶겠는가.
국내에서 생산하든 외국에서 들여오든 과자나 파우더나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그 사람들 또한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이다. 내 자식이 먹고 내 자식의 몸에 바른다는 생각을 왜 한번쯤 해보지 못하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무조건 만들어 많이 파는 게 상책이 아니다. 어떤 제품이든 제조에 앞서 이 제품에 어떤 원료가 들어가는지 또한 그 원료 한 가지 한 가지의 성분은 어떤 것인지 꼼꼼히 따져보는 게 그렇게 힘든 것일까.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쳐야
늘 그렇듯이 어떤 사태가 벌어지고 나면 담당 기관은 부랴부랴 성분조사에 착수한다. 그리고는 성분함유 금지조치를 내리고 이미 유통된 제품에 뒤늦게 판매금지를 시키고 제품회수에 들어간다. 그렇다면 이미 팔려 나간제품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멜라민이 든 분유에 과제에, 석면이 든 파우더를 바른 수많은 아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사태가 벌어지고 난 후 성분조사를 할 것 같으면 애초 왜 미리 성분조사를 하지 못했는지, 내 아이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내 아이 몸에 바른다는 생각으로 보다 더 치밀하게 조사하고 또 조사해야 했다. 그리고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안전한 제품을 만들었어야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애지중지 키우던 소는 이미 잃어 버렸다. 아무리 튼튼하고 견고하게 외양간을 고친다 한들 이미 잃어버린 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어린이날이 불과 한달도 남지 않았다. 어린이날만 되면 여기저기서 ‘어린이가 미래의 꿈’이라고 외쳐댄다. 그러나 ‘어린이가 미래의 꿈’이라고 외쳐대기 전에 어린이를 어떻게 미래의 꿈으로 키울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 뉴스클리핑은 http://gimpoai.co.kr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